고난주간의 참된 의미

고난 주간이라는 것 때문에 만남과 약속을 취소하는 것을 봤다. 대단히 경건한 모습이지만, 과연 고난 주간(사순절을 포함)이라는 것이 성경에 있기는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고난주간을 지키는 것 자체를 시비하고 싶지는 않다. 좋은 의도이니까.....다만, 고난주간을 생각할 때 찜찜한 부분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욕망 덩어리인 채로, 생각과 삶의 태도가 전혀 바뀌지 않은 채로 절기를 지키는 것이 과연 옳은가 이다.

1. 이만열 장로(숙대 명예교수)기독교가 가야할 길은 십자군이 아니라 십자가라는 인터뷰를 했었다. 그는 역사를 어떻게 보느냐보다는 어떤 인격과 가치관을 갖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하며, 분명한 가치관을 갖고 시대를 조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 기독교인이 시대를 바라볼 때는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아니라, 객관성을 가진, 보편적인 가치관에 입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기독교인은 성경적인 가치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우리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것이 진영논리의 함정이라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무능하거나, 식견과 덕목이 형편없는 사람이 정권을 잡거나, 국가의 중요한 자리에 앉아도 그가 속해 있는 진영-진보, 보수, 영남, 호남, 기독교, 불교 등-의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그를 두둔하고 편을 드는 것이 바로 진영논리이다. 이런 진영논리는 기독교(교회)에도 그대로 해당되는 것이 십자군적인 입장에 서서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교회만 위하면 된다는 논리다. 그래서 술집이 많은 것 보다 교회가 많은 것이 더 좋지 않으냐는 논리, 교회가 하는 관행적인 가르침 중에는 훌륭한 것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많은데, 그래도 일방적으로 교회를 두둔하려는 경향을 보임으로써 교회가 하나님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휩쓸려가게 되는 것이다. 이만열 교수는 한 때, 주일에는 버스도 타지 않았을 정도로 보수적이고, 율법적인 신앙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성경을 읽으면서 사람이 안식일의 주인이라고 하신 예수의 말씀을 이해하게 되고, 기독교의 제도가 사람을 위해 주신 것이지 사람을 얽매이도록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하나님에 대한 생각도 변했다. 무소부재하신 하나님은 어떤 분일까? 그분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불꽃같은 눈으로 바라보시면서 죄를 범하는지 안하는지 감시하는 분이 아니라, 우리를 자유케 하시고, 은총과 힘을 주시는 분이심을 깨달았다고 한다.

2. 문제는 이 인터뷰 기사가 나가자 호응하는 기독교인들도 있었지만, 반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그래도 십자군이 필요합니다!’ 필자는 그 댓글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십자군은 세계사적으로 로마가톨릭(천주교)이 저질렀던 죄악 가운데 최고라고 할 수 있고, 그것은 이미 역사적 평가가 끝난 것이다. 그런데도 그 사람은 십자군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 그것이야말로 진영논리의 극치이다. 사실 성경적인 기독교에 십자군은 없다. 있다면 십자가를 지는 것만 있을 뿐이다. 예수님도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셨지, 십자군을 창설해서 너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무찌르거나, 탄압하고, 죽이라고 하시지 않으셨다. 주님은 오히려 하나님의 뜻인 십자가 앞에서 자기 목숨을 내 주셨다. 그러므로 우리가 주님의 제자라면 그분을 배우고 닮으며, 따라야 하는 것이다. 십자군은 힘과 세력을 바탕으로 편을 가르고 우리 편이 아닌 자들을 정복하려는 승리주의이며, 기독교 국가주의일 뿐이다. 그래서 주님은 마 20장에 이방인의 집권자들은 지배하고 다스리지만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않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으셨다. 다만,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기독교인들이 십자가를 지신 주님의 뜻을 왜곡해서 십자군으로 바꾼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은 완전히 다르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 목숨을 거는 것이고, 십자군은 우리 편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서 반대편을 제압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성경이 말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이며, 교회의 방향이어야 할지는 이미 결정이 난 것이다. 우리는 십자가를 지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고, 성경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3. 고난 주간에 십자가를 지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금식에 있지 않고, 또 오락을 금하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고난 주간은 인간의 욕망(탐욕, 명예욕, 성공, 번영의 욕망)을 내려놓고, 기꺼이 나를 향한 주님의 뜻(성경에 나타난 신자의 삶의 길, 하나님의 통치에 순종하는 삶과 의-공평과 공의를 구하는 삶)을 따라서 나의 십자가를 지는 삶이다. 세속적인 욕망과 명예, 권세욕으로 똘똘 뭉친 내 인격과 야심과 그것 때문에 왜곡되고 비뚤어진 인생관을 다 내려놓고 주님의 길과 성품과 인격을 쫓는 것이 고난 주간에 생각하는 십자가의 길이다. 고난 주간을 금식과 웃지 않고, 놀지 않는 것으로 수준을 격하시키지 말아야 한다. 고난의 의미는 음식을 안 먹고, 여행이나, 모임, 놀이를 자제하는 것이 아니다. 고난주간만이 아니라 1365일을 주님의 십자가,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삶이다. 내 일평생 자기주장과 탐욕과 이익을 위해서 편을 가르는 삶을 중단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고난주간을 지키는 것이다.